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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장, “장애인은 동정 아닌 동행의 대상”
등록일 2018-10-01 오후 3:31:58 조회수 1358
E-mail admin@webmoa.co.kr  이름 관리자

‘부족한 사람’ 인식부터 바뀌어야 차별없는 세상 가능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입력 : 2018.09.21 10:21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장
“장애인이 되니까 남들이 한 번 만나면 기억해 주시던데요. 주황색 휠체어 타신 분, 이러면서요.” 장애인이 되니까 좋은 점도 있다며 활짝 웃는다. 최혜영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2014년부터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로 활동하는 최 센터장은 잘나가던 무용수였다. 교통사고로 사지마비라는 장애를 얻었다. 하지만 장애를 얻고도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서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애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산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 장애의 여부와는 아무 상관없이 자기 삶을 만족하게 사는 게 행복”이라며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간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동정이었다면 최 센터장은 그런 생각을 바꾸게 한다. 이런게 그녀가 생각하는 장애인식개선의 핵심이다. “장애인은 동정하는 게 아니라 동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장애인 인식개선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교육센터를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원동력은 무엇인지 듣기 위해 여의도 이룸센터를 찾았다. 단아한 외모에 활짝 웃는 얼굴은 누가 봐도 호감형이다. 별일 아니라는 듯 팔을 흔들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불필요한 편견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한 이유가 궁금하다  
▶“2003년까지는 무용을 전공한 발레리나였다. 공연 1주일 전에 빗길에 미끄러지는 교통사고가 있었다. 친구 차의 조수석 뒷자리에 앉았는데 전봇대에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함께 탄 사람은 모두 멀쩡하고 나만 다쳤다. 처음엔 내 상황을 잘 몰라서 병원에서도 활발하게 지냈다. 곧 나아서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신경을 다쳐서 그때부터 사지마비가 됐다. 스스로 극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 뒤에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그런데 강의를 하다 보니 “차에 타면 안전벨트를 매라, 장애인이 되면 이렇게 힘들다.” 내가 이런 소리를 하고 있더라.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게 싫었다. 사실 나는 장애인이 되고도 이전과 똑같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내 삶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무용할 때도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그랬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강의하고 가르치고 있다. 난 충분히 삶을 즐기고 있다. 이런 것을 알려야 장애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2009년에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했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 석사와 박사를 함께 했다. 강의료가 많지는 않았지만 나가서 돌아오는 피드백을 보면서 되레 감동을 얻고 아이들에게 위로를 받았다. 조금씩 조직이 커지면서 한계가 왔는데 그럴 때 척수장애인협회 총장님께서 손을 잡아주셨다. 2012년에 척수장애인협회로 들어와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강사들의 몫이 컸다.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해 줘서 듣는 사람들도 인식 개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강의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거 같다. 혼자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18년 5월29일부터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이 의무화됐다. 3개월 정도 지났는데 변화가 느껴지나 
▶“정확하게 말하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5조의2에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이 의무화됐다. 교육 문의나 신청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엄청난 변화를 느끼기엔 짧은 시간인 것 같다.  
다만 직장 내 장애인 인식교육이 법적 의무화가 되다 보니 움직이는 게 달라지는 거 같다. 그간의 장애인 인식교육은 복지법에 의해 실시되어 대상이 초·중·고교와 공공기관이었다. 우리 기관에서만 1년에 400~500회 정도 진행됐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일반 사업주와 기업으로 확장돼 문의가 늘어났다. 지금까지 보면 학교나 공공기관이 100회 정도면 10회 정도 꼴로 들어오고 있다. 하반기 문의는 3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접수는 수시로 가능한가 
▶“수시로 접수한다. 상시 신청이 들어오면 강사 배정이 가능한지 보고 담당자가 연락하는 프로세스다. 전국에 센터가 광주와 부산에 2개 있다. 서울에서 거의 전국을 커버하고 있다.”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장

-인식개선교육은 어떤 형태로 주로 이뤄지나  
▶“우리 센터는 장애인 당사자만 강사가 될 수 있다. 센터에서 검증된 강사들이 직접 찾아가서 교육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 반에 한 선생님이 들어가는 ‘강의형’이 과거 수업의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토크쇼’ 형식이나 ‘체험형’을 선호하고 있다. 주입식이었던 ‘강의형’에 반해 스킨십이 많은 ‘체험형’ 수업 후에 좋은 방향으로의 인식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체험형’은 센터에서만 하는데 휠체어 럭비선수와 함께하는 체험이 있다. 국가 대표 선수들이 찾아가서 학생들과 경기를 진행하고 몸을 서로 부딪히면서 하니까 만족도가 높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휠체어 럭비를 할 때는 쌩쌩 달리며 다른 사람이 되는 걸 보고 다른 인식을 준다. 또 점자 스티커 체험도 있다.  
토크쇼 형식은 가수로 활동하거나 문화 공연 쪽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꾸며 주신다. 본인의 이야기와 함께 퍼포먼스를 하면서 진행된다. 인식개선교육을 나가는 기관이지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도 하고 있다. 한 기관이 계속해서 1년에 한 번씩 교육을 듣는데 항상 같은 강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다양한 형태의 접근이 서로 좋은 방향인 거 같다.”

-장애인만 강사로 활동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나 
▶“인식개선도 중요한데 장애인들에게 사회 참여와 일자리 참여에 도움을 준다는 차원도 크다. 중증 장애인들은 직장생활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기회에 사회활동을 하게 된다. 자신감도 회복하고 다른 일자리의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강사 양성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인식개선교육 강사라고 하면 그분들이 전달하는 것에 듣는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강의를 듣고 다른 편견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 까다롭게 강사 양성을 하는 편이다.
강사로 학교에 나가면 선생님이 되는 거다. 첫 번째로 인성과 지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 거기에 강의 스킬은 너무 당연하다. 그래야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 1년에 20명 모집해서 서류 심사하고 교육을 듣는다. 교육을 듣는다고 바로 자격을 주지 않는다. 이론교육을 마치고는 실기와 프레젠테이션 테스트를 해서 합격해야 한다. 20명 중에 1명 뽑힐 때도 있을 정도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게 단정한 외모다. 개성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보여줄 때 집단으로 장애인은 다 똑같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쓴다.
과거에 다른 단체에서 강사 활동을 했을 때 강사들이 슬리퍼에 세수도 안 한 얼굴로 강의를 나가곤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 저런 모습이 장애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을까? 장애인을 더 불쌍하게 보지 않을까? 센터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부터 바꿔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수는 어느 정도인가 
▶“지금 등록된 장애인은 251만 명 정도이다. 장애가 있음에도 장애인 등록을 꺼리는 사람들까지 하면 44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 중 5%가 장애인인 셈이다. 우리나라 법적 기준으로 봤을 때 선진국과 비교하면 범주가 다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가 
▶“예전보단 좋아졌지만 아직은 창피한 수준이다.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에 대해 물으니 교육 자체가 없다고 하더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거 보면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지만 없는 거보단 낫다. 시대가 변했으니까 우리의 인식개선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교육이 필요 없는 그런 사회가 목표다. 교육도 중요한데 사회적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정책이나 법에 장애인 차별이 숨어 있다. 예를 들자면 장애인의 정의를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이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본다. 우리가 장애를 신체나 정신의 능력 부족이 아닌 다른 부분이 부족한 사람으로 정한다면 장애인의 의미나 범주가 바뀌는 거 아닌가. 이런 사회가 정한 장애인이라는 테두리가 차별로 또 다른 장애인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솔직히 나는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다. 장애를 가지기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생활을 했었다. 다만 어떤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든가 턱이 높은 곳을 만날 때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런 사회만 개선하면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도 없지 않겠나. 제도와 환경, 정책과 법이 바뀌면 저절로 인식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인가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보는 게 정답이다. 그런 이야기 들으면 기분 좋다. ‘도와주세요 또는 이건 제가 할게요’라고 할 수 있다. 모르는 척 피하는 거 보단 이런 방법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도움이 동정이 되면 안 된다. 장애인은 동행의 대상이지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금물이다.”

-독자들께 한마디 해달라 
▶“함께했으면 좋겠다. 인식개선을 위해 한 명의 목소리보다는 여러 명의 목소리가 함께 공감하고 바꿔나가는 게 더 효과적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았으면 좋겠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